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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ITICS

Yoon-Hee Lee
Exhibition Review 2010 / The Garden of Scenopoeetes 2010

이윤희

전시 리뷰 스케노포이에테스의 정원

갤러리 차, 2010

 

 

신수진의 개인전 스케노포이에테스의 정원, 판화를 이용한 벽면 설치작품전으로 이루어졌다. 판화 기법으로 제작된 수많은 잎들의 이미지를 벽에 붙여 전시장 안을 거대한 숲처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판화와 월드로잉, 그리고 설치가 합쳐진 개념의 작품으로, 시각적으로 보자면 일시적인 월드로잉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벽에 부착한 잎들의 이미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잎들을 떼어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붙일 수 있게 하는 점이 일반적인 월 드로잉과 다른 점이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최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그 내용은 대체로 한정적이다.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것은 뉴미디어 아트 작품들에서 센서 등을 이용하여 관객의 움직임을 즉자적으로 반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관객에게 작품을 고즈넉하게 관조하는 수동적인 경험을 떠나 적극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신수진의 관객체험형 전시가 이전의 전시들과 다른 점은, 관객들 각각에게는 그것이 일회적인 체험으로 끝날지언정, 관객의 체험으로 인해 작품이 변형되는 과정 뿐 아니라(전시장 한 쪽에서 관객의 참여로 인해 작품이 변형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변형의 결과 그 자체를 작품의 실제적 결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신수진이 기획한 이러한 방식의 관객참여 유도는 관객에게 놀이에서 얻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특정 잎의 색채와 형태를 선택하여 공간을 자신의 미적인 안목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미학적 체험을 선사하게 된다. 대부분의 관객체험형 작품들이 체험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일부 요소로 소모되게 하는 것임에 반해 신수진의 기획 속에서는 관객들이 균질적인 재료를 가지고 실제 작가가 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 작품을 완성시키는 결과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스케노포이에테스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에 언급되는 새의 이름으로, 이 새는 매일 아침 가지에서 따낸 나뭇잎을 떨어뜨린 다음 색이 흐린 안쪽을 위로 뒤집어 땅과 대조되게 만듦으로써 표시를 해 둔다고 한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이 새의 이러한 행위가 표현의 질료를 생성하고 형성하는 것, 즉 소박한 의미의 예술을 실천하는 것이며 예술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았던 것에 착안, 신수진은 소박한 새의 실천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미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장()을 관객에게 마련하고 초대하는 것을 기획했던 것이다. 이는 관객을 이용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개념이 아니라 관객을 자신과 동일한 잠재적 예술가로 대우하는, 이전의 관객참여형 작품 제작 작가들과는 다른 태도를 가진 것이며, 이렇게 자신을 낮추고 대중을 향하여 작품을 열어놓는 방식이야말로 신수진 작품이 열어놓는 새로운 가능성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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