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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Sujin Shin
개인전 서문, 《Handscape》 / 웅 갤러리, 2005

신수진

개인전 서문, Handscape

웅 갤러리, 2005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표면은 독특한 고유의 질감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 표면의 아래쪽에 있는, 우리가 흔히 본질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부분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표면과 그 안쪽 부분의 관계는 안과 밖, 중심과 주변, 본질과 외양 등의 이분법적인 가치 판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두 측면이 분리되어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호의존적인 것이라고 믿는 믿음에서 최근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특별히 손과 장갑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여 손과 손을 둘러싸고 있는 장갑의 관계를 드러내는 작업에서 손이라는 단일한 대상의 표면에서 발견되는 무수히 얽혀있는 선들을 표현하는 작업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손과 관련된 이미지들이다. 작가의 손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문명시대에 점차 잃어가고 있는 노동, 시간의 흐름, 그리고 촉각되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향수를 대변한다. 크고 작은 집안일들에서부터 제판하고 잉킹하고 프린팅하는 판화의 모든 프로세스들에서 손이 거치지 않는 일이란 없다. 여성으로서, 또 판화가로서 겪어온 본인의 경험으로 인해 처음에는 이런 손의 기능적인 측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었으나, 손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면서 그 다양한 이미지와 표정들, 특별히 이전에는 간과하였던 손의 외형적인 측면, 즉 손의 표면 위에 새겨진 무수한 선들의 조합에 주목하게 되었다. 손의 표면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가능성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얼굴의 주름이 어떤 표정을 짓는가에 의해 만들어지듯이 손의 주름도 손이 어떤 행위를 했는가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얼굴과 표정이 다르듯, 손의 형태가 다르고 그 손에 잡힌 주름과 결이 다르다. 이것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손이 어떤 일들을 했고, 어떤 것을 경험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면에서 손의 역사, 그리고 개인적인 삶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외양이라는 것은 단순히 표면적인 문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것보다 더 솔직하게 본질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다. 종종 엄지손가락의 자그마한 흉터로 생긴 선에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작은 손바닥의 선들에서 언젠가 보았던 거대한 풍경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의 작업은 그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꺼내어 보이는 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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